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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연수/미국(샌디에고)

서른 하나, 직장인, 미국 어학연수를 결심하다.

프롤로그 

나를 보고 “욜로다. 너처럼 재밌게 사는 애도 없을거다. 자유로운 영혼이다.” 하며 “멋있다.” “그래, 더 즐겨라.” “부럽다” 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우선순위가 있다. 승진도, 결혼도 제때에 하는 거다. 무슨 원대한 꿈이 있다고 지금 미국엘 가냐. 영어해서 뭐하냐” 고 말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30대에 미국 대학교를 가는 것도 아니고 어학원에 가는 거니 그런소리도 들을만 했다. 유학 반대파에서 이런 의견을 반복해서 듣다 보니 나도 한국에서 열심히 일해서 제때에 승진하고 결혼 하고 1년에 한, 두번 여행이나 하면서 사는 게 조금은 더 이성적인 판단이 아닐까. 이제 내 멋대로, 하고 싶은 데로만 행동 할 나이는 지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고민도 잠시, ‘그냥 이게 나다. 하고 싶은 걸 왜 참아야 하나.’ 로 결론내렸다. 준비 없이, 목표 없이 가서 성과가 없을지라도 ‘모든 일에 꼭 큰 의미가 있어야 되는 건 아니니까. 아무 이유 없이 하고 싶은 것도 이유가 된다.’ 라고 나는 나를 합리화 했다. 사실 아무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내가 잘하지도, 잘하고 싶으면서도 열심히 하지도 않는 영어가 하고 싶은 이유는 나는 세상이 궁금하다. 같은 듯 다른 환경과 문화를 가진 각 나라와 그 나라 사람들의 삶과 생각이 궁금하고 그들과 소통하고 싶다. 그러니 외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영어가 하고 싶은 거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세계여행만 하면서 돌아다닐 순 없고 여행작가, 여행 블로거, 유튜버로 생계를 유지할 만큼 크리에이티브 하다거나 회사를 그만 둘 용기도 없으니 영어를 잘해서 회사에서 파견근무 기회를 얻어 외국에서 일하는 것이 나의 소망이다. 그 기회를 얻기 위해서 어느정도 언어 실력을 쌓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내 영어 공부의 역사를 돌아보면 나는 학창시절 성적이 꽤 좋은 편이였는데(비록 아주 작은 도시에서 자랐지만) 영어는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고등학교때는 거의 바닥수준이였다. 수능 때는 정말 열심히 해서 4등급을 받았는데 나에게는 정말 만족스러운 점수였다.

대학교는 영어관련 과가 아니였기 때문에 필수교양과목으로 1학년 1학기만 수업만 들었고 그 후론 영어 공부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입학하자마자 가졌던 과모임에서 들었던 선배의 배낭여행 이야기가 너무 멋져서 그 선배의 여행지와 모험담은 그대로 나의 첫 해외여행이 되었다. 1학년 겨울방학에 태국 남부에서 북부, 라오스까지 1달 간 배낭여행을 했다. 즐거운 여행이였지만 많은 여행자들을 만나면서 영어를 잘했다면 여행이 더 풍요로웠을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맨투맨 인터넷 강의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문장형식에 대해 처음 알았다. 그리고 대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하는 필리핀 어학+인턴쉽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처음 스피킹을 했다. (문제를 일으켜 중간에 돌아오지만 않았다면 더 좋았을텐데) 4학년 땐 5주동안 호주대학교의 연수프로그램에 참가했지만 이상하게 호주에서의 수업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수업끝나고 동생들과 놀던 기억만.

졸업 후엔 취직시험에 영어과목이 있어 시험영어공부를 했다. 취직 이후엔 쉬는 날엔 쓰러져 자기 바빳고 스트레스는 유흥과 소비적인 여행으로 달랬다. 그래도 그저 흥미만으로 운 좋게 영어를 사용하는 부서에서 일하게 됐는데 업무상 외국어를 사용해야 할 때는 나의 부족한 모습에 성질만 났고 그렇다고 열심히 공부도 하지 않았다. 나 같이 게으른 애는 절대 일과 공부를 병행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올해 외대 20주 교육에 지원해 운 좋게 교육을 받았고 이어 미국연수를 준비하고 있다.

사실 해외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했었다. 하지만 한두푼 드는 것도 아니고 만족할 만한 실력향상을 위해서는 어느정도 영어를 공부하고 해외에 가야한다고 생각해서 미뤄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한국에서 공부를 열심히 할 거 같지 않다는 생각에 그냥 떠나보기로 했다. 경험 하는 것에 너무 큰 비용(미국 캘리포니아 기준 1년 6000만원)이였지만 앞뒤 생각없는 나는 결국 미국에 간다.

 

연수국가 정하기

나도 여느사람처럼 영국 포쉬 악센트에 판타지가 있었다. 영국영어가 전통적이라고 고급영어라는 생각으로 이왕 외국에서 영어공부를 하게 된다면 영국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영어공부를 할 수록 네이티브의 악센트를 따라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 생각을 올바른 문법으로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영어는 많은 나라에서 쓰이기 때문에 다양한 악센트가 있고 어느 한 악센트가 옳은 게 아니라 다를 뿐이며 올바른 문장을 구사하는 경우 원어민이 못 알아 듣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반기문 전UN사무총장이 그 대표적인 예다. 또 한국어를 놀랍게 구사하는 타일러 같은 외국인을 보라. 그의 어휘력이나 표현 발음 모두 놀랍지만 그의 억양은 우리나라 사람과는 조금 다르다. 원어민은 말그대로 원어민 일 뿐. 태어나고 자라지 않은 곳의 언어를 후천적으로 배우는 사람들은 원어민이 될 수 없다. 이런 것들을 느끼고 나니 미국식 영어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 미국에서 영어를 공부하는 게 더 효율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더 큰 이유는 날씨와 환경이였다. 나는 비오는 날을 정말 싫어하고 날씨에 따라 기분이 좌우되는 사람인데 영국은 연중내내 흐린날씨라 하니 그 곳에서 공부할 자신이 없었다. 또 런던이나 뉴욕, 서울과 같은 대도시가 싫었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미국 캘리포니아를 추천했다. 경험이 있는 지인들이 모두 입을 모아 너는 미국에 가야 한다고 했다. 이후 나는 그냥 샌프란시스코라는 이름이 좋아서 샌프란시스코에 가겠다고 떠들고 다녔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는 구름이 많고 흐리다는 것이였다. 날씨가 좋은 곳은 샌디에고 라기에 그래, 그럼 샌디에고! 그렇게 나의 연수국가와 도시가 정해졌다.